그림책을 읽다 보면 결말에서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 등장할 때가 있다
주인공이 결국 실패하거나 악당이 의외로 착했거나 이야기의 흐름과 정반대의 결말이 나올 때 아이들은 놀라고 웃고 때로는 혼란스러워하기도 한다. 그림책의 반전 결말은 단순한 웃음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아이의 생각을 흔들고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는 중요한 계기다. 특히 반전 결말을 만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왜 그런 결말이 나왔는지 또 다른 결말은 가능했는지를 스스로 묻게 된다
이 물음은 바로 독후활동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반전 결말을 가진 그림책은 아이에게 더 오래 기억되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특성을 잘 살리면 독후활동을 훨씬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
아래에 반전 결말 그림책을 활용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 가이드를 소개한다
첫 단계 이야기 속 마음 따라가기
먼저 그림책을 처음 읽을 때 결말을 미리 알려주지 않고 아이가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아이가 주인공의 감정에 공감하고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만들어야 반전의 효과가 더욱 커진다
책을 읽은 후에는 결말에서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를 먼저 물어본다
놀랐는지 웃겼는지 혼란스러웠는지를 자유롭게 말하게 하고 그 이유도 함께 나눠본다
이야기의 흐름과 결말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를 아이가 직접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그렇게 끝났다고 생각하는지 결말을 다시 만든다면 어떤 식으로 바꿔보고 싶은지 묻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상상은 시작된다
두 번째 결말 뒤집기 놀이로 이어가기
이 단계에서는 아이가 직접 다른 결말을 만들어보는 활동을 진행한다
주인공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를 상상하게 해보고 그 장면을 글이나 그림 혹은 놀이로 표현하게 해본다
아이와 함께 종이 몇 장을 활용해 마지막 장면을 새롭게 구성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는 아이가 친구와 함께 역할극처럼 상황을 바꿔 연기해보도록 유도하면 이야기를 더 깊이 이해하면서 창의력을 발휘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결말이 옳고 그르다는 판단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아이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돕는 것이다
아이의 상상이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더라도 그것을 허용하는 태도가 이 활동의 핵심이다
세 번째 나만의 반전 이야기 만들기
아이들이 반전 결말이라는 형식을 이해하게 되면 이제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 단계에서는 아이가 처음부터 이야기를 구성하면서 마지막에 반전 요소를 넣는 작업을 시도해본다
처음에는 짧은 이야기라도 괜찮고 그림을 곁들여 간단한 그림책처럼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착한 토끼가 사실은 숲의 장난꾸러기였다는 이야기나 무서운 괴물이 알고 보니 꽃을 좋아하는 친구였다는 식의 반전은 아이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재미를 주는 방식이다
아이 스스로 이야기를 짜보게 하고 결말에 깜짝 놀랄 요소를 넣어보도록 유도하면 자연스럽게 이야기 구조를 이해하고 창작 능력도 기를 수 있다
이런 활동을 글로 쓰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말로 이야기해보게 하거나 인형과 함께 놀면서 이야기를 풀어내게 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네 번째 모두 함께 이야기 바꾸기 프로젝트
마지막으로 아이들끼리 함께 반전 결말을 만들어보는 협동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다
한 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하고 중간까지만 진행한 뒤 다음 아이가 이어서 반전을 만드는 방식으로 협동 이야기 만들기를 진행하면 상호작용과 창의력이 동시에 자란다. 또는 반전 결말이 있는 그림책을 반 전체가 다시 구성해 새로운 결말을 만드는 활동도 재미있다
그림을 나눠서 그리고 역할을 나누어 연극처럼 구성하면 한 권의 책이 아이들만의 무대로 다시 태어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이야기 속 인물의 성격과 배경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서로의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도 익히게 된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발표력 표현력뿐 아니라 이야기 전개의 논리성까지 요구되기 때문에 매우 다층적인 사고 훈련으로 이어진다
반전 결말이 주는 놀라움은 단순한 반응을 넘어서 아이로 하여금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결말을 바꾸는 상상은 생각을 확장시키는 첫걸음이고 그 상상을 표현하고 구성하는 과정은 아이의 언어적 시각적 창의력을 키우는 좋은 기회다
마무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른이 아이의 상상에 제한을 두지 않고 오히려 열린 질문과 반응으로 그 가능성을 키워주는 것이다
아이 눈높이에서 만들어가는 반전 결말 그림책 활동은 단순한 독서 그 이상으로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표현하는 삶의 힘을 기르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하루 한 권의 그림책이 아니라 한 권의 그림책이 아이의 하루를 바꾸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든다는 것을 기억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