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그림책을 읽고 난 후의 시간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사고력을 확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예전에는 독후활동이라고 하면 색칠하기나 독서록 쓰기처럼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태블릿과 영상을 활용하면 아이의 관심을 끌면서도 창의성과 논리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활동이 가능해진다. 기술이 학습을 방해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적절하게 활용하면 오히려 깊이 있는 독후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림책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예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 기기와의 결합은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효과적이다. 이 글에서는 그림책 독후활동에 태블릿과 영상을 똑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실천 방법들을 네 가지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으로 이야기 다시 만들기
태블릿을 활용해 아이가 그림책 내용을 다시 이야기로 재구성하게 해보자. 단순히 글로 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앱이나 프레젠테이션 도구를 사용해 스토리보드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아이는 화면 위에 캐릭터를 배치하고, 자신만의 말풍선을 넣거나 배경을 구성하면서 디지털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다시 창조해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사용하기 쉬운 도구로는 키노트나 파워포인트, 캔바 같은 디자인 도구가 있다. 템플릿을 활용하면 글을 잘 못 쓰는 아이도 시각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스토리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이야기를 순서대로 배열하고, 장면마다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말하고 싶은 바를 스스로 정리하고 표현하게 된다.
이렇게 만든 디지털 스토리는 나중에 가족이나 친구에게 보여주기도 좋고, 아이 스스로도 다시 보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영상 촬영으로 나만의 북튜버 되기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를 보며 자란 세대다. 그렇다면 아예 아이를 작은 북튜버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그림책을 읽고 난 뒤, 아이가 그 책에 대한 감상이나 느낀 점, 궁금했던 내용을 말로 설명하도록 유도한 뒤 이를 영상으로 촬영하는 것이다.
영상 촬영은 단순히 말하는 연습을 넘어서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동반한다. 특히 감상을 전달하기 위해 스스로 핵심 내용을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처음에는 짧게 1~2분 정도로 시작해도 좋고, 간단한 대본을 함께 써보며 촬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활동은 발표력은 물론 자존감을 키워주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완성된 영상을 가족 단톡방이나 개인 폴더에 저장해 두면, 아이는 자신이 만든 콘텐츠에 대해 긍지를 느끼게 된다. 영상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 생기면 책을 읽는 태도도 더욱 적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그림책 속 장면을 디지털 아트로 표현하기
아이들이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면, 태블릿의 드로잉 앱을 활용해 그림책 속 장면을 다시 그려보도록 해보자. 단순히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장면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그려보는 과정은 창의적 사고력을 자극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선택하지 않았던 길을 선택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하며 다른 결말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해볼 수 있다. 아이패드의 프로크리에이트나 클립 스튜디오, 무료 앱인 스케치북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 다양한 붓과 색을 활용해 디테일한 작업도 가능하다.
이러한 디지털 아트 활동은 미술적 감성과 이야기 구조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요구하기 때문에 창의력과 논리력이 결합된 훈련이 된다. 완성된 그림은 출력하거나, 디지털 포트폴리오로 모아두면 성장 기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 영상 만들기로 이야기 확장하기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활동은 간단한 인터랙티브 영상 만들기다. 최근에는 영상 속에 선택지를 넣고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콘텐츠도 많아졌다. 마찬가지로 그림책 독후활동에서도 주인공이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이야기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영상으로 구성해보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간단한 영상 편집 앱을 사용해 두 가지 이상의 선택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에 따라 다른 영상 장면을 제작해본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인과 관계를 이해하게 되고, 복합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처음에는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간단한 편집을 통해 장면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영상 속에서 "만약 여기를 간다면 다음 이야기는 이렇게 되고, 저기를 선택하면 이렇게 된다"는 식의 전개를 구성하게 해보면 논리적인 흐름을 생각하며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특히 초등 중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마무리하며
태블릿과 영상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놀이처럼 학습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화면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아이가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다. 그림책이라는 따뜻한 출발점에서 출발해 디지털 기술과 연결되는 독후활동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나는 지점에서 훨씬 더 풍부한 교육 효과를 만들어낸다.
어른의 시선에서 기술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똑똑하게 활용하는 것이 오늘날의 새로운 교육이다. 매일 한 권의 책을 통해 오늘은 이야기꾼이 되고, 내일은 아티스트가 되며, 다음 주엔 작은 영상 작가가 되어보는 일상. 그것이 바로 그림책과 함께하는 진짜 배움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