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많은 자극 속에서 자라지만,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데에는 서툴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내성적이거나 낯가림이 심한 아이들은 속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죠. 이런 아이들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따뜻한 방식으로 자기 표현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그림책 독후활동입니다.
이 글에서는 자기 표현이 서툰 아이를 그림책 독후활동을 통해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네 가지 단계로 나누어 소개하겠습니다.
공감 중심 그림책 선택하기
자기 표현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내 감정과 비슷한 감정을 가진 등장인물을 만나는 경험입니다.
따라서 독후활동을 시작하기 전, 의 선택 단계에서부터 아이의 감정과 상황에 공감할 수 있는 그림책을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낯선 환경에서 긴장하는 아이에게는 처음 유치원 가는 날, 정을 말로 잘 못하는 아이에게는 나는 왜 화가 났을까? 책이 효과적입니다.
이런 책들은 아이가 주인공의 상황에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입하게 해주며,
이 인물은 나랑 비슷해 는 마음을 통해 책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서,
아이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을 하나씩 건네는 일이 됩니다.
말보다 그림으로 먼저 표현하게 하기
자기 표현이 서툰 아이는 말로 감정을 설명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땐 말보다 더 친숙하고 편안한 방식인 그림 그리기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책을 읽은 후, 아이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볼까?”
“이 주인공은 지금 어떤 기분일까? 얼굴을 색으로 칠해볼까?”
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때 그림을 잘 그리거나 못 그리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손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격려하고,
완성된 그림 속에서 아이의 감정을 함께 찾아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빨간색으로 채워진 배경은 화난 감정을,
밝은 노란색은 즐거움을 표현한 것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그림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하는 '비언어적 도구'로 작용하며,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창이 되어줍니다.
만들기 활동으로 감정 표현 넓히기
그림 그리기와 함께, 아이가 가장 몰입하기 좋은 활동 중 하나는 만들기입니다.
직접 손을 쓰며 무언가를 만들 때, 아이는 머릿속의 생각을 눈앞의 형태로 바꾸는 연습을 하게 되죠.
예를 들어 무지개 물고기를 읽은 뒤
물고기 모양 종이에 반짝이 스티커를 붙이며 감정을 표현하거나,
겁쟁이 빌리의 장면을 종이로 오려 만들어 소극장을 구성해보는 활동도 좋습니다.
이런 활동은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집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몰입을 통해 집중력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완성된 결과물을 통해 자신의 표현이 받아들여졌다는 자존감 상승 효과를 준다
또한 만들기 활동을 마친 후 아이에게
“이건 어떤 장면이야?”
“이 물고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같은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결과물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말로 풀어내는 훈련도 하게 됩니다.
짧고 구체적인 질문으로 말문 열어주기
그림책 독후활동의 마지막 단계는 아이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부담을 주지 않는 질문'입니다.
자기 표현이 서툰 아이에게
“책 내용이 어땠어?”
“무엇을 느꼈니?”
같은 포괄적인 질문은 오히려 입을 닫게 만들 수 있습니다.
대신, 아래와 같이 짧고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 장면에서 누가 제일 웃고 있어?”
“주인공은 왜 울었을까?”
“너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 것 같아?”
이런 질문은 아이가 기억을 떠올리고 자신의 감정과 연결 짓는 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아이가 이야기할 때에는 끝까지 기다려주는 ‘여유 있는 침묵’이 필요합니다.
잠깐의 기다림은 아이에게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
라는 확신을 주며, 말문을 여는 원동력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아이의 표현력은 훈련과 반복, 그리고 따뜻한 관계 속에서 자랍니다.
그림책은 아이의 내면을 부드럽게 건드려주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이며,
독후활동은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밖으로 이끌어내는 안전한 방법입니다.
말이 서툰 아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가르침’이 아니라 공감과 기다림입니다.
그림책 독후활동은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아주 작은, 그러나 깊은 힘을 가진 부모의 도구입니다.
오늘 하루, 아이와 함께 그림책 한 권을 읽고
작은 활동 하나를 함께 해보세요.
그 속에서 아이의 마음은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열리기 시작할 것입니다.